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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9-27 오전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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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 신경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12-18 오전 9:51:29






갈대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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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오늘은 신경림 시인의 갈대를 만나보고 싶군요. 수더분한 잿빛의 머리를 풀고 강가나 들판에서 끊임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러다 가을도 끝나가고 겨울이 되면 그 풍성한 머리칼도 다 날아가고 앙상한 뼈마디의 손가락들만 저 칼칼한 푸른 하늘에 손을 흔들고 있는 갈대. 신경림 시인은 이 갈대를 소재로 우리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라지지 않을 한 편의 외로움의 시편을 엮었습니다.

 

시란 시인이 어떤 소재를 가지고 이미지의 내면화를 언어로 발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그 내면화된 이미지를 접하고 다시금 반추하면서 자신의 삶이나 우리네 삶을 환기시켜 보게 되는 것이죠.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가 여기에 적합한 한 편의 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들판에 나부끼는 갈대는 누가 보아도 바람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시인은 갈대의 흔들림을 자연의 이치에 두지 않고 우리네 인간 삶의 문제로 들고 옵니다. 즉 갈대를 한 인간 존재의 모습으로 치환하고 그 존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외부의 바람이기보다 내부의 제 조용한 울음이라고 역설합니다. 그리하여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흔들리는 것이고,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를 흔드는 것은 나를 둘러싼 주위 환경이겠지만 정작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자기를 흔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닐까요? 우리는 흔들리며 살고 흔들린다는 것은 속으로 몸부림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약한 자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울 수밖에 없습니다. 울음은 자신의 포기가 아니라 삶을 다시금 곧추 세우려는 몸부림입니다. 갈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게 하여 삶이 비록 쓸쓸하지만 긍정적인 인식에 이르게 한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합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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