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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가는 길 / 유안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12-25 오전 8:55:22






세한도 가는 길

                                 유안진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 길을

닳고 터진 앞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옥자옥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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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의 세한도 가는 길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모티프로 한 시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우리에게 추사체와 이 세한도라는 그림으로 잘 알려진 조선후기 시((()에 뛰어났던 천재적인 학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총애를 받던 정조가 승하하자 정쟁의 회오리 속에 말려들기 시작하여 말년에는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리고 제주도로 유배되었고 당시 절해고도의 외딴 섬에서 위리안치의 고독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된 지 5년이 되던 1844년 그의 나이 59세에 완성한 작품으로 당시 온양군수였던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감사의 표시로 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를 그린 뒤 세한도(歲寒圖)’라는 화제와 우선시상완당(藕船是賞阮堂)’-‘추운 시절의 그림일세, 우선이! 이것을 보게, 완당’-이라는 관지(款識)’발문(跋文)’을 써 두었습니다. 외딴 섬 고독의 끝에서 모든 이들이 소식을 끊었는데도 그래도 잊지 않고 붓과 책을 보내준 제자에게 보낸 선물은 세상인심에 대한 우회적 자기표현의 그림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모티프로 창작한 현대시인들은 지금까지 약 80여명이나 되며 이들이 남긴 시작품은 약 160여 편이나 됩니다. 그의 삶과 정신을 담은 <세한도>가 그만큼 뒤 세대 문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 중 한 편인 유안진 시인의 세한도 가는 길은 추사 김정희의 내면세계를 시적으로 잘 형상화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시적 대상이 <세한도>를 보며 <세한도>를 그린 추사 선생의 삶을 떠올립니다. 추사 선생이 걸어갔던 길은 서리 덮인’, ‘그믐밤같은 길임을 인식하고 비록 외롭고 고달픈 길이었지만, 결국에 추사체로 뻗은 올곧은 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삶은 추사 선생의 삶임과 동시에 시적 화자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행 자옥자옥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에서 더욱 잘 알 수 있겠습니다. 이는 추사 김정희의 삶의 방향이 내 삶의 천명의 사표임을 말하는 듯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길은 누구도 녹일 수 없는 얼음장 길임을 인식하고, 오직 자신의 몸으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음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이지만 어둡고 춥고 암울한 시의 전반부의 분위기가 후반부로 가면서 뜨겁고 밝은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우리 사회가 부정과 비리가 가득하지만 그 어딘가에서 꿈틀대는 매웁고도 아린 향기를 꽃피우고 싶은 시인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세한도>를 함께 실어 감상해보겠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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