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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깎이 / 박현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3-12 오전 8:13:09

손톱깎이
박현수
?
손톱깎이 쓸 때처럼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 사소한 것을
눈여겨보았더라면
어디론가 사라진
작은 조각의 안부를 궁금해 하였더라면
?
저 봐, 초승달
하느님의 손톱깎이에서 튕겨 나온,
?
?(박현수, 『사물에 말 건네기』, 울력,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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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시인의 「손톱깎이」를 읽고 있으면 시각의 확대, 상상의 확대 그리고 애잔한 우주적 본질 같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 생활의 소중한 일부이면서도 가장 하찮은 일들 중 하나인 것 같이 보이는 ‘손톱깎이’. 시인은 이 사소한 일을 통해 삶의 본질을 궁구해 냅니다.
우리는 손톱을 깎을 때 잘려나간 손톱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잘려나간 조각조각들을 주워 모아 휴지에 싸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손을 씻는 것으로 그 일이 끝납니다. 하지만 시인의 눈에는 이 사소한 일 중에 버려진 손톱에 눈이 가나 봅니다. ‘떨어져 나간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복원하는 일이 어쩌면 시인이 해야 할 몫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인 일들이지만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때 그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으며 버림의 대상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럴 때 잘려나간 손톱 조각은 ‘하느님의 손톱깎이에서 튕겨 나온’ 소중한 ‘초승달’이 되지요. 존재자들에 대한 눈여겨봄은 존재의 성스럽고 거룩한 모습을 발견하게 합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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