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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정거장에서 / 에즈라 파운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4-09 오전 7: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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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地下鐵) 정거장에서 / 에즈라 파운드
(IN A STATOIN OF THE METRO) / (Ezra Pound)
군중(群衆)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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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 출신의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시를 감상해 봅니다. 2행의 짧은 시인데, 시의 내용을 응축하고 상징화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 두 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짧은 시는 이미지로만 시의 의미를 되살려 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군중(群衆)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의 주인공은 바로 제목으로 유추해 보면 지하철 속에 있는 군중들의 모습일겁니다. 그 지하철 시민들의 모습이 마치 유령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말만 던지고 모든 것을 감춘 채, 2행에 가면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이라는 말을 통해 이미지를 대조 시키고 있습니다. 어두운 지하철의 이미지에서 지상의 밝고 화사한 꽃의 이미지로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는 3년 전에 파리의 지하철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어린아이의 얼굴, 부인의 얼굴 등을 보면서 그 인상을 표현하려고 애썼으나 그 신선한 감정을 나타낼 수 있을 만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중략) 나는 30행의 시 한 편을 썼지만 그것을 찢어 버렸다. 6개월 후에 그 반 정도의 시로 고쳤고, 1년 후에 2행의 짧은 시로 만들었다.
이 말을 통해서 볼 때 ‘꽃잎’은 ‘어린아이와 그 어머니의 얼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두 우중충한 얼굴들이었지만 이 두 사람만은 밝고 환하게 꽃처럼 핀 것입니다. 생활에 찌들려 모두들 괴롭고 힘든 모습에서 그래도 이 지하철의 세계를 밝고 긍정적으로 꽃피우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대조하여 지하철 세계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는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붙잡고 빽빽이 들어선 사람들의 모습이겠고, 그 나뭇가지 위로 ‘꽃잎들’은 어린아이와 그 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의미를 주입하거나 내세우려고 하기보다 그저 삶의 한 단면을 두 줄의 삽화처럼 던져 그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인상을 남기려는 이미지즘의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인은 그저 보여주기만 하고 독자들은 그 이미지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끔 하고 있는 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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