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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 전원목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4-23 오전 7:43:06

틈
전원목
가까운 사이일수록 틈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은
집 안에 가구들이 많아지고 부터이다
가구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곁의 가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오래되고 낡을수록 안으로부터 조금씩 부풀어 오른 배들
벽과 벽 사이에도 틈이 숨 쉬고 있었다
이어진 레일 사이에도 틈을 두었다
단단할수록 간극이 필요하다
때로 틈이 사막 같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틈은 너를 너답게 하는 방식이다
건물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너와 다투고 돌아서 바라보는 무연한 달빛
달빛과 달빛 사이에도 틈이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 검은 입술 터진 틈으로 가느다랗게
풀들이 외치며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너무 꽉 다문 입술들은 갈라진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틈을 비집고 팔을 뻗는다
제7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시부문 금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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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전원목 시인의 「틈」은 ‘틈’이 가지는 이중적 속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틈’에 대하여 부정적 시각과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틈’은 나와 나 아닌 존재와의 갈등과 불화로 서로 간에 불편한 감정의 거리감을 의미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틈이 사막 같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틈의 긍정적 인식과 시각을 일상성에서 발견하고 궁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집 안에 가구들이 많아지고부터 / 가구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 곁의 가구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오래되고 낡을수록 점점 가구들이 배가 불러져 서랍들이 잘 닫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틈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은’ 생활의 깨달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함부로 대하지만 그 사이도 서로 간에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틈은 ‘내가 설 자리’이고 ‘네가 설 자리’이기도 하며, 때로 서로 간의 여유이기도 한 것이죠. 심지어 한 치 빈틈이 없을 것 같은 같은 쪽 기찻길 레일과 레일 사이에도 간극을 두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에 그 틈이 없다면 서로를 배척하여 함께 살아가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틈은 너를 너답게 하는 방식이’며, ‘건물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틈’은 사물의 존재 방식입니다. 남을 배려하며 나를 존재케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틈은 함께 하는 사물들의 완충지대이며 생명이며 자유입니다.(*)
아스팔트 검은 입술 터진 틈으로 가느다랗게
풀들이 외치며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틈을 비집고 팔을 뻗는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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