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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오후 / 조지훈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5-21 오전 8:33:52

동물원의 오후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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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후줄근히 시름에 젖는 날은
동물원으로 간다.
사람으로 더불어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짐승에게라도 하소해야지.
난 너를 구경 오진 않았다.
뺨을 부비며 울고 싶은 마음.
혼자서 숨어 앉아 시(詩)를 써도
읽어 줄 사람이 있어야지.
쇠창살 앞을 걸어가며
정성스레 써서 모은 시집을 읽는다.
철책 안에 갇힌 것은 나였다.
문득 돌아다보면
사방에서 창살 틈으로
이방(異邦)의 짐승들이 들여다본다.
“여기 나라 없는 시인이 있다.”고
속삭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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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無人)한 동물원의 오후 전도된 위치에
통곡과도 같은 낙조(落照)가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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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시집 <역사 앞에서> (신구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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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조지훈 시인의 「동물원의 오후」를 읽으면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시를 써도 아무도 읽어줄 사람이 없는 시대, 그것은 시를 써서 발표할 수 없는 시대임을 말함이겠지요. 그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동물원에 가서야 풀어놓고 동물들에게 읽어주는 시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동물원 우리를 돌아가며 시인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리에 갇힌 것은 저 동물뿐만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임을, ‘철책 안에 갇힌 것은 나였다./문득 돌아다보면/사방에서 창살 틈으로/이방(異邦)의 짐승들이 들여다본다.’라고 읊고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황혼 무렵 동물원에서 망국민으로서 느끼는 고독과 슬픔을 우리 안에 갇힌 짐승의 입장에서 낙조를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습니다.(*)
무인(無人)한 동물원의 오후 전도된 위치에
통곡과도 같은 낙조(落照)가 물들고 있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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