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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술 아비의 축문 / 박목월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6-18 오전 7:56:16






만술 아비의 축문

                                            박목월

 

 

아베요 아베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베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세상에

축문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릿고개

아베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손이믄

아베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도 응감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 경상도 가랑잎(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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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이 시는 매우 독특한 시입니다. 첫째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쓴 점이고, 둘째가 시의 화자가 바뀌는 점이고, 셋째가 서사가 있는 대화체 형식의 시입니다.

 

이 시가 1960년대 나왔으니 그 당시 우리네 삶은 무척이나 가난한 시절이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를 굶기가 여사였고, 그렇다고 제사는 지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전통적 유교사상에 젖은 시절이었습니다. 동네에 사는 만술 아비라는 사람 역시 무척이나 가난하여 선친의 제사를 지내야 하나, 선친이 그렇게 먹고 싶어 하는 안동 간고등어한 손 사지 못한 채, 밥과 반찬이라고는 소금밖에 놓지 못하고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성은 가련하기 그지없습니다. 못 배운 까막눈에 축문을 지을 수도 없어 입말로 축문을 대신하는데, 비록 차린 것은 변변치 못하나 선친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어디 비할 데가 없습니다. ‘저승길 배고플라요./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라는 구절에 오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러다 시인은 시적 전환을 과감히 시도합니다. 제사를 모시는 상황을 지켜보는 제3자의 눈으로 객관적 입장에서 만술 아비의 정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보게 만술 아비/니 정성이 엄첩다(엄청 대견하다).’는 시적 화자가 매우 애매한데, 이 장면을 지켜보는 시인 자신의 독백으로도 읽힐 수 있고, 아니면 이웃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입을 대신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 다음 구절 이승 저승 다 다녀도를 통해서 볼 땐, 선친이거나 제3의 망령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여튼 제3의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정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인정의 정성스러움에 만술 아비의 아비곧 선친도 감응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굵은 이슬(감동의 눈물)을 내리고 있음을 말합니다.

 

투박하지만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써서 인간의 정성과 인정을 드러내고, 대화 형식을 빌려 극적으로 구성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읽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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