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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화 / 민병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11-12 오전 8:49:34

어떤 통화
민병도
어둑어둑 날이 저문
운문사 공중전화
볼이 젖은 어린 스님
한 시간째 통화중이다
등 뒤엔 엿듣고 있던
별 하나가 글썽글썽
민병도, 『민병도 문학앨범』(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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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어의 조형물이요, 시는 이미지의 잉여임을 민병도 시인의 시조 「어떤 통화」를 통해 다시금 느낍니다.
요사이는 문명의 이기가 속세를 떠난 절간까지 깊숙이 들어간 지가 오래지만, 휴대폰이 흔하지 않는 시대엔 모두들 공중전화를 통해 정담을 주고받곤 했지요.
날이 저문 운문사 공중전화 부스에서 어린 여승이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째 통화중’이라는 말에 우리는 많은 의미잉여를 낳습니다. 절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승이니 집은 얼마나 그리울까? 친구와의 우정일까? 아니면 두고 온 연인에 대한 그리움의 사연일까? 말소리는 안개에 묻히고 장면만이 아련히 찰랑거립니다. 6행의 짧은 시구를 통한 언어의 절제, 그리고 그것을 통한 이미지의 생성은 3연에 가면 그리움·외로움의 이미지를 우주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등 뒤엔 엿듣고 있던/별 하나가 글썽글썽’... 그렇습니다. 모두들 이 어린 여승처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아니 그녀의 어깨 위로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별이 될 수밖에...(*)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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