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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 양광모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4-08 오전 8:38:55

선암사
양광모
선암사에 가보면 안다
겨울을 지나온 매화는
밤에도 향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선암사에서는 매화가 가장 불심이 깊다
선암사에 가거든 물어보아라
이별을 지나온 사랑은
어떤 향기를 드높이 피워야 하는가
선암사에서는 겨울을 지나온 사랑이
가장 그리움이 깊다
선암사에 매화 피거든
매화길 담벼락에 기대어서서
백매화 홍매화 수런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선암사에는 겨울을 지나온 목숨이
가장 사랑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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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광모의 「선암사」라는 시는 비교적 쉽고 편합니다.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핀 매화를 통해 3가지 삶의 깨달음을 얻은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겨울을 지나온 매화가 가장 불심이 깊다’는 것. 둘째는 ‘겨울을 지나온 사랑이 가장 그리움이 깊다’는 것. 셋째는 ‘겨울을 지나온 목숨이 가장 사랑이 깊다’는 것. 이 세 가지입니다.
그렇습니다.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혹독한 추위(시련,고통)를 겪을수록 따뜻한 봄날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큰 법이지요. 또한 사랑의 아픔이 클수록 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깊게 남아 있겠지요. 사랑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 자체가 모두 이 혹독한 시련의 계절과 함께 그 참맛을 느끼나 봅니다. 1연 끝 행에 나오는 ‘선암사에서는 매화가 가장 불심이 깊다’라는 구절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을 맴돕니다. 배운 것 없고 힘들게 한 생을 살아가는 중생일수록 부처 앞에 모으는 손이 가장 거룩한 법이니까요.
편안하고 순탄한 여행길은 참 잘 다녀왔다는 기억에 머물겠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여행길은 다녀온 후 오래도록 깊이 그 여행길을 추억하고 다시 걷게 됨을 우리는 체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참 아이러니한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기쁨과 영광은 불편함과 고통을 함께 하니 말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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