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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학교 / 문정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7-15 오전 8:55:31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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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배우려는 내가 굳어가기 때문이지요. 배움은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 하며 열린 공간을 향한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정희 시인의 나무학교라는 시는 나무에게서 배우는 간명한 삶의 철학이야기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은 나이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알아야하겠지만, 정작 인간은 나이 듦에 대해 모르고 생활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나이를 벗어나려고 하지 나이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나이 듦은 멀리할 대상도 아니요, 추함도 아니요, 절망의 절벽도 아님을 알아야 하지만 정작 인간은 그렇지 못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무에게서 시의 화자는 한 수 배우고 있습니다.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나이를 나이테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몸 안에다 새기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인간은 나이를 내부에 새겨 성숙해야하지만 외부적인 것에만 신경을 쓴다는 말이겠지요. 이 시에서 나이의 동의어는 어른이고 푸르름이고 성숙이고 희망입니다. 나무는 나이를 속으로 새기고 산다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 역시 끊임없는 나이 먹음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여름입니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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