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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 박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7-29 오전 9:17:45

환절기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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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줄이고 줄여 일 년으로 잡는다면 그 삶에는 계절의 변화인 환절기가 있음을 우리는 인식할 것입니다. 환절기는 몇 달 동안 같은 패턴이나 갈등 없는 삶이 주어지다 환절기가 되면 지금까지의 삶과는 조금 다른 계절의 삶을 살아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환절기를 맞는 감기 정도의 몸살을 앓기 마련이죠. 박준의 「환절기」라는 작품은 바로 이 지점을 잘 묘파한 작품이라 여겨집니다.
시의 화자는 당신과 함께 바다에 가서야 환절기의 삶이 어떻게 나아가야하리란 걸 알게 됩니다.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가 아닌 타자와 함께 길을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고와 의식과 기준이 다른 둘이 같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많은 갈등과 시련이 있기 마련이겠지요. 그럴 때 그들의 삶을 잡아주는 것은 어쩌면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입니다. 사랑했던 순간, 어렵고 힘든 길을 함께 걸었던 길을 되짚어 보는 것은 이 환절기를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것입니다. 그럴 때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을 알게 될 것이며,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이해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서로의 의견이 상충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이니까요. 그러다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측은지심의 발로라고 할까요. 그럴 때 우리는 좌판에 놓인 ‘끝물 과일들’에 눈이 가고 그것들이 삶의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비린 생선들이 녹아내리는 시장통을 세 번 정도 돌다보면 인생이 무엇인지 우리들의 환절기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다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에 이르기도 할 겁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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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잘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