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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懺悔錄) / 윤동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9-09 오전 9:12:23

참회록(懺悔錄)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1942年 1月 24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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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은 독자들을 숙연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시대와 민족과 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작품 말미에 1942년 1월 24일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가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계>를 제출한 때가 이날로부터 5일 뒤라 하니, 그 전에 창씨개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무척이나 마음이 괴로웠을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서시」 중)라고 노래한 한 청년의 고백은 스스로 창씨개명을 통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남은 역사의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그는 나라를 원망하기보다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그러면서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라고 노래합니다.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이라고 했으니 ‘녹이 낀 구리거울’이지만 맑고 깨끗한 거울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국의 앞날이 밝고 맑은 날이 되었다고 자신의 부끄러운 행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는 스스로 되묻고 있습니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양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울림을 주는 시구입니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시를 대하고 있으면, 과연 얼마나 우리는 민족정신과 양심의 잣대 위에 떳떳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국의 번영과 시대 상황 앞에서 과연 어느 길로 가야할 것인지 우리는 묻고 또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해자는 이렇듯 참회하고 또 참회하는데, 가해자는 진정 반성 없는 철길을 달리는 철마 같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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