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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3 오후 1:31:00

뿌리 얕은 나무도 흔들리지 않는다?
[은빛수녀의 사색노트]

기사입력 2017-09-26 오후 2:50:38

은빛수녀님의 글에는 깨어있는 의식,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는 통찰력, 무엇보다 세상을 살리는 따뜻한 울림이 있습니다.

 

깊은 영성에서 솟아나오는 따뜻한 울림은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는 우리를 이끌어주는 별이 되고 위로가 될 것입니다.

 

본지는 10월부터 은빛수녀의 사색노트라는 제하에 매주 한편씩의 은빛수녀님(김용은 제오르지아)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발간된 수녀님의 글 중에서 오늘날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주제의 글과 수녀님께서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침식되어 영혼과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픈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하시는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편집할 계획입니다.

 

먼저 저작권과 편집을 기꺼이 허락해 주신 수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첫 회로 추석명절을 앞두고 무너져가는 가족공동체를 생각하며 뿌리 얕은 나무도 흔들리지 않는다?”를 싣습니다.

 

은빛수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레드우드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레드우드국립공원


 

뿌리 얕은 나무도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며라는 용비어천가중의 한 구절이 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가뭄을 안 탄다는 속담도 있다. 뿌리가 땅 속 깊이 있어야 비가 오지 않고 가문다 해도 시들거나 말라죽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바로 이 깊다는 것에 매료되어 이를 자신들의 삶의 지표로 삼으려고 한다. 그래서 뿌리 깊은 나무를 바라보며 깊다는 것에서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자신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뿌리가 얕아도 가뭄을 타지 않으며 흔들리지도 않을뿐더러 세계에서 제일 크고 높음을 자랑하는 나무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한점 구부러짐도 없이 똑바르게 자라고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그리고 불이 난다해도 쉽게 죽지 않는 나무가 있다면 믿겠는가? 게다가 죽고 잘라나가더라도 곰팡이나 벌레의 부식에도 강하여 옥외 마루나 담장으로 요긴하게 쓰이며 색깔도 아름답고 목질도 부드러워 가공물에도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니 말이다. 바로 이 나무는 미국 서부에서 세계 최대의 부피와 크기를 자랑하는 레드우드이다. 레드우드는 보통 키는 100미터 이상 자라고 밑동은 지름 10미터를 넘나드는 것이 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나무의 뿌리는 크기와 부피에 비하여 깊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2내지 3미터로 짧게 땅 밑으로 뻗어나갈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100미터 이상의 키와 엄청난 부피를 겨우 2내지 3미터 정도의 뿌리로 지탱할 수 있을까? 그것도 한점의 굽어짐 없이 말이다.

 

이 레드우드가 이렇게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가족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자란다는 것이다.

 

땅 밑으로 뻗지 못하는 대신에 옆으로 25미터 이상 번지면서 한 뿌리에서 여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즉 한 뿌리에 연결되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보통 나무는 큰 가지들이 땅위의 줄기에서 갈라져 나오지만 레드우드는 줄기 자체가 땅속에서부터 갈라져 나온다. 그리고 어떤 나무가 모계인지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뒤늦게 자란 나무가 모계역할을 하면서 죽어가는 가지를 대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오래된 나무들은 하나같이 아랫부분에 불에 심하게 타다만 검은 자국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자신에게서 새로운 생명을 받은 다른 줄기들에게 영양분과 수분을 나누어준다. 이것이 거목의 특징이다.

 

이 나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공동체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거목을 지탱해 주는 힘은 깊은 뿌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함께하는 정신에 있다.

 

나무가 넘어져 쓰러진다 해도 모계의 뿌리계통을 이용하여 강한 생존력을 보여주고 한 뿌리에서 나온 여러 나무들이 서로 힘을 주고받는다. 또한 모계나무가 손상을 입고 쓰러져도 이 나무에서 또 다른 나무들이 자라 모계의 생명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결국 함께한다는 것은 너의 죽음이 나의 삶이며 나의 생명이 너의 죽음이 되어 우리로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한다는 것은 너의 고통과 나의 기쁨이 그리고 너의 행복과 나의 설움이 모두 뒤범벅되어 생명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족정신이며 공동체의 영성이기도 하다.

 

생태계의 존재 방식 안에서 우리 인간이 닮아야 할 위대한 삶의 패턴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오늘날, 신과학운동가들은 자연을 이해 할 때, 비로소 이 시대를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고 하면서 생태계를 모방하자고 주장한다. 생명체의 기본 요소인 세포만을 보더라도 수많은 세포들이 네트워크로 이어진 개방된 시스템을 형성하면서 어느 하나 고립됨 없이 생명체 전체가 복잡하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너무도 달려가고 있다. 그래서 옆 사람의 처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있는 곳이 중심이 되어 각자는 나름대로 자기 자리에서 깊이 있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가뭄도 타지 않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잘 살아가는 것 같이 생각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상호 의존되어있고 전체적으로 연결된 고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미세한 박테리아에서 거대한 지구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으면서 자기생식과 자기생성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소수의 깊게에서 다수의 넓게로 펼쳐지는 새로운 인식전환 안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함께가야 하고 함께바라보아야 하며 함께풀어가는 가족영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함께는 뿌리가 얕아도 가뭄을 타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불이 나도 자생적으로 치유되며 죽어서도 최고의 몫을 해 나간다. ‘이고 가 되는 공동체 안에서는 누가 강하고 약한지도 구분할 수 없다. 하늘과 땅에서 움직이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와 인류는 하느님의 숨결로 지음을 받은 단 하나의 가족일 뿐이다.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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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윤교
    2017-09-26 삭제

    가족의 소중함과 본질을 일러주는 말씀입니다 물질문명에 사로잡혀 가족의 근본을 망각하는 현실에 가족이 기본이고 근본임을 알려주는 뜻깊은 글입니다 가슴 와닫는 메세지를 주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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