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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2 오후 2:20:00

‘친구 끊기’를 당한 날
[은빛수녀의 사색노트]

기사입력 2019-12-06 오전 9:04:32





오래전 이야기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수녀의 페이스북을 보고, 수도자는 공인이기도 하니 너무 사적인 내용은 지양 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수녀는 ,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고 하더니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나와 친구 끊기를 하였다.


기분이 묘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나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앞에서는 하고는 돌아서서 반격을 가한 것 같아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싶은 생각에 씁쓸하고 난감하고 화가 났다. 게다가 페이스북에서 보면 다른 친구들과는 관계를 잘 맺고 있는 것 같아 나만 따돌림당한 기분마저 들었다.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당장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내 감정의 찌꺼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정화된 듯할 즈음, 이유를 물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땐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상황이라 새삼 묻기도 좀 그랬다. 관계라는 것이 모든 진실을 파헤쳐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가상현실에서 벌어진 틈을 진짜 현실에서 메워야겠다는 마음은 품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그 수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는 평소보다 더 밝은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그 수녀 역시 전과 다름없이 해맑게 나에게 다가왔다. 전혀 다른 감정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 ? 이게 뭐지?’ 하는 어리둥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내가 생각한 친구 끊기의 의미와 그녀가 생각한 친구 끊기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하고 비판하는 강의를 하는 나에게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녀는 판단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아마도 자신의 페이스북이 감시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수녀에게 친구 끊기가 곧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다만 판단 받는 불편함을 SNS 연결망을 끊는 것으로 표현했을 뿐이리라.


지금 나는 그 수녀와 정말 좋은 관계로 잘 지내고 있다. 지금 관계가 무척 만족스러워서인지 친구 끈힉를 당한 사실이 상기되지도,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다. 그러다 친구 끊기와 관련된 원고를 쓰면서 문득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하며 떠올랐을 뿐이다.

 

친구를 끊을 때와 끊김을 당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그 마음이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한 지인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는 각별하게 지내던 한 작가와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그 작가가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올린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팔로워가 주목 할 만큼 늘더니 다른 에이전트와 계약을 해 새로운 작업에 들어가고 전시회까지 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도 작가의 이런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더란다. 그 작가는 자신과 약속한 작업은 계속 미루면서 페이스북에서는 너무나 활발히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었던 거다.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포스팅을 올리고,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아주면서 도대체 나와 약속한 작업을 할 시간이 생기기나 할까 싶더란다.


그렇게 서운함이 쌓이고 화도 나고, 그러다가 그 작가의 포스팅과 관련하여 전화로 설전을 벌이고 난 직후 너무 화가 나서 친구 끊기를 해버렸단다. 하지만 그 작가와 실제로 관계를 끊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시간과 거리를 두고 감정이 좀 가라앉으면 이후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그 후 그는 그 작가에게서 당혹스러운 문자를 받게 되었다. 계약금을 돌려줄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였다.


너무 놀라서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그 작가는 대화조차 원하지 않았다. 나중에 제삼자를 통해서 듣게 된 사실은, 그 작가가 페이스북에서 친구 끊기는 곧 관계의 끝을 뜻하는 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페북은 페북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생각했기에 작가의 그 말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와 그 작가 사이에 벌어진 틈은 소통의 문제와 더불어 매체를 지각하는 태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페이스북은 현실과는 별개의, 철저하게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친구 끊기도 진짜 관계를 청산하자는 절교의 의미가 아닌 그저 나 불편해. 알아 줬으면 좋겠어하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반면 그 작가에게 페이스북은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관계 맺고 일로 연결되는 삶의 공간이자 사회적 일터기도 하다. 그 작가에게 페북은 가상이 아닌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 작가에게 친구 끊기는 엄청난 상처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리는 SNS 공간을 서로 다르게 지각하고 수용한다. 그렇기에 같은 메시지라도 그 무게와 파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게다가 SNS공간은 목소리도 톤도 느낄 수 없고 표정도 볼 수 없기에 말 너머의 마음을 읽어내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는 SNS소통을 시공간의 소멸로 인해 매우 친밀하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SNS 공간만큼 거대하고 먼 거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조금은 시간과 거리를 두고 SNS소통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불쾌한 기분을 당장 친구 끊기로 표현하기보다, 친구 끊기를 한 친구를 당장 현실에서 끊어버리기보다, 잠시 아주 잠시라도 관계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유보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SNS 공간 너머에 있는 서로의 진심이 무엇일지, 내가 정직하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좀 더 긴 호흡으로 헤아려보면 어떨까?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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