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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08-04 오후 4:20:00

스마트폰 없이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의 힘
[은빛수녀의 사색노트]

기사입력 2020-01-03 오전 9:05:27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것은 무엇보다 홀로 있는 시간이다. 내가 나와 홀로 마주하는 시간이다. 나홀로 마주하고, 나에게 집중하고, 몸으로 인내하며 마음에 여백을 만드는 시간, 나의 감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간들.

 

변화는 내면에서 시작된다고 믿기에 의식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이른 아침에 걷기, 골방에서 글 쓰고 책 읽기, 성당에서 홀로 머물기……. 이런 시간이 마음과 몸을 가볍게 해준다.

 

일과가 끝나고 기도실에서 잠깐 머문 후 침실로 들어가 나 홀로 생각에 잠길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온종일 강의 준비하고 글 쓰고 누군가를 만나고 출장 다녀오면서 허리 아프고 피로가 몰려오는 나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때로는 외로움도 몰려온다. 공허하고 허망한 기분도 느낀다. 바쁘고 요란스럽게 보낸 날일수록 외로움이 더 크게 온다는 것도 알아챈다. 이런 알아차림은 분주했던 하루를 잠시 붙잡아두고 마주하게 해준다. 그렇게 허전한 내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고 보듬을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고맙다.

 

홀로 머물기는 내 감정과 친해지는 시간이다. 외롭고 시린 이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생겨난 것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쁘고 요란한 하루 중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받았지만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에서 온다.

 

, 내가 오늘 그 사람 말에 상처를 받았구나.’

, 내가 강연을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욕심이 남아 있구나.’

오늘 너무 주변을 보지 않고 급히 달렸구나.’

 

그래서 지금 내 옆구리가 시려오면서 외롭구나. 결국 이 외로움은 나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고, 내가 하는 일이 완벽하기를 바라고, 그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마음,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허하구나……. 이렇게 솔직하게 바라보고 수용한다. 이 외로움도 공허함도 모두 나니까 그대로 품고 이해하고 사랑해주고 싶다.

 

홀로 머물기는 나와 연애하는 시간이다. 연애라는 것이 늘 좋아서 만날 수만은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가끔은 서운하고 싫어도 만나고 사랑하는 것 아닐까? 나 자신과도 그런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홀로 머물기가 늘 행복하고 평화롭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나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의석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어느새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

 

홀로 머물기는 내 존재가 현존하는 순간이다.

 

생각, 감정, 일에 지나치게 빠져 있을 때 나는 여기 이 순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하나만으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나 홀로 있는 시간은 소홀했던 나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보지 못했던 나, 만나지 못했던 나, 말을 걸지 못했던 나와 온전히 만나게 해준다. 그러면 어느 순간, 사건과 상황과 욕심으로 인해 밀려 들어온 외로움은 나 스스로 만들어낸 고독이 된다. 외로움은 원치 않는데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손님이라면, 고독은 나 스스로 창조한 침묵의 공간이며 고요한 벗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을 들이고 보살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바로 고독할 시간과 고독의 공간이다. 그런데 고독은 반드시 외로움을 통과해야 한다. 외로움은 피하면 아프고, 품으면 평화로운 고독이 된다. 외로운 나와 홀로 마주하는 시간, 이는 주체적인 나에 대한 경험이다. 고독할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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