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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19-09-23 오후 6:21:00

‘외로움’이 ‘아하’를 만나는 순간
[은빛수녀의 사색노트]

기사입력 2019-08-30 오후 2:46:31





우리는 외로움을 덮으려고 스마트폰으로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강의 중에, 지인들과의 대화 중에 나누기 시작하자 다양한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그중 M 씨가 들려 준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그녀는 소위 말하는 꿈의 직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렵게 들어간 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습관이 하나 생겼다. 피곤에 지쳐 돌아오는 퇴근길, 집 앞 골목에 있는 제과점 앞을 지나칠 때마다 빵 냄새가 너무나 고소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빵집으로 들어가 빵을 사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책상 위애 쌓여 있는 빵 무더기가 보이더란다. 빵이 모두 곰팡이가 핀 채로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 순간 별안간에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뜩 났다고 한다. ‘내가 배가 고파서 빵을 산게 아니구나!’

 

그녀는 그때까지 자신의 행동을 의삭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의식 상태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빵 냄새에 이끌려 빵을 사들고 와서 뜯지도 않은 채 그대로 책상 위에 던져놓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음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 대체 왜 그랬지?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동안 그렇게 멈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 자기 마음이 보이더란다. ‘아하, 내가 회사 일로 너무 지쳤구나. 마음이 매우 외롭고 힘들었구나.’

 

먹지도 않을 빵을 이끌리듯 사들고 온 그 강렬한 욕구는 육체적 허기짐이 아니라 정서적 허기짐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배고픈 마음을 깨닫고 이해해주자 그 후론 빵을 사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고 나자 마음의 허기짐에서 나오는 자신의 또 다른 행동이 알아채 지더란다. 근무시간에 몰래 친구와 톡하는 시간이 부쩍 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들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며 여기저기 기웃대는 시간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피곤은 가중되고 다음 날 업무 집중도도 떨어졌다. ‘내가 왜 이러지? 이러지 말아야지를 몇 번이고 결심했지만 잠깐의 여유라도 생기면 여지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자신을 보면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단다. “처음에는 친구에 대한 친밀감의 욕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주말에 친구를 만나서 종일 떠들고 먹고 놀다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공허함과 외로움이 배가 되어 돌아오는 거예요. 더 힘들어지더라구요.”

 

빵 사건으로 자신의 정서적 허기짐이 크다는 것은 알아챘지만, 그 근원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한 채 직장생활 2년을 버텼단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퇴직 예정일을 보게 되었단다. ‘앞으로 30여 년 이상은 걱정 없겠구나싶은 안도감이 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앞으로 30여년 이상을 더 이 일을 해야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숨이 막히더란다. 그때 깨닫게 되었단다. 남들은 꿈의 직장이라 말하는 이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말이다.

 

그녀는 고민 끝에 결국 사표를 냈다. 그리고 자신은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지금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는 알겠어요. 그렇게 갈망했던 친밀감은 친구가 아니었어요. 바로 나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 욕구였어요.”

 

프랑스 정신분석가 장-다비드 나지오(Juan-David Nasio) 는 이렇게 말한다.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 것은 늘 행동으로 되풀이 된다. 의미를 찾아내야 그 행동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빵을 사도, 온종일 톡을 해도, 밤늦도록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봐도, 주말에 친구를 만나 웃고 즐겨도, 그 행동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의미를 찾지 못했을 때 그녀는 우울함과 무기력에 시달렸다.

 

사는게 다 이렇지.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어?” 라는 말로 자신을 억누르며 꾸역꾸역 살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텔레비전으로 가는 행동을 되풀이하면서.

 

그런데 그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마음으로 알아차리게 되자 비로소 무의미하게 되풀이했던 행동들을 멈추고 다른 선택을 할 힘을 낼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를 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물었다.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까요?”

 

정말 안하고 싶어요. 하지만 끊으려고 해도 안 되는데 어떡하죠?”

 

도대체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나 역시 어떤 변화를 시도할 때 잘 되지 않으면 쉽게 나오는 말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말들은 내 머리에서 나오는 한탄이지 가슴에서 나오는 깨달음은 아니었다.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참으로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우리의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면서 만나지 못할 때, 우리는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자택하게 된다. 자꾸만 스마트폰으로 달려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일일 것이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둘이 만날 때, 그때 아하하고 소중한 의미가 찾아온다.

 

아하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도대체 머리에서 가슴으로 어떻게 내려가야 하는 것인가?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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