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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19-05-22 오후 5:11:00

‘진실’은 기다리는 자의 몫
[은빛수녀의 사색노트]

기사입력 2019-05-11 오전 10:01:39

낮새를 위협하려 울부짖는 올빼미는 그저 원하는 대로 떠들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세상의 현란한 유혹과 광란의 범죄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서둘러 대응치 말고 기다려야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인내만이 밝혀줄 것이다.” -성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오늘날 우리는 너무 한쪽으로 성급하게 강요당하고 그것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습니다. 현대 정신분석가인 마이클 아이건(Michael Eigen)은 자신의 나라인 미국은 현재 양심 없는 사람들이 판치는 정신 증을 앓고 있는 시대(age of psychopathic)’를 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기업의 이윤을 위하여 미디어는 정부를 위하여 그렇게 서로의 이익을 챙기며 귀를 막아 끔찍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에 져도 돈을 벌기에 양심과 무관하게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아이건은 이런 현실 앞에 비명을 지르고 싶은데 정부가 거대한 괴물처럼 보이고 자신은 방음벽에 갇힌 어린아이처럼 느껴져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인내하고 기다리면 약해보이기에 지레 먼저 이라크 침략을 도모하였다는 것입니다. 용감하게 보이려고 기다릴 줄 몰랐고, 기다릴 줄 모르기에 진실을 들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기다려야 들을 수 있습니다. 외부의 소리가 있지만 동시에 내부의 소리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외부의 소리가 너무도 강렬하여 뜻도 모르고 말려듭니다. 오히려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즐겨야 된다고 하면서 스스로 그 유혹을 즐깁니다. 게다가 함께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가 됩니다.

 

살레시오 성인은 세상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할 말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세상과 함께 웃고 떠들고 춤추거나 하지 않아도 위선이라 비방할 것이라고 합니다. 좋은 옷을 입으면 멋 부린다고 할 것이며 평범하게 입으면 유난스럽다고 할 것입니다. 쾌활하면 점잖지 못함을 꼬집을 것이며, 절제를 하면 쓸데없는 자기연민이라고 할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욕심쟁이요, 유순하면 기력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쾌락 안으로 손짓하며 우리를 끌어들이려 할 것입니다.

 

살레시오 성인은 이럴 때 기다리라고 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인내가 밝혀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낮새를 위협하려 울부짖는 올빼미는 그저 원하는 대로 떠들게 내버려 두라는 것입니다. 현란한 유혹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함께 싸우려 논쟁을 벌이지도 말고 그저 어린아이처럼 하느님 품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모닥불을 피우다가 꺼져버린 잿더미는 다 타버렸지만 다음 날 아침 잿더미를 치우다 보면 작은 불씨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록 불씨는 작지만 또 다른 모닥불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유혹은 있습니다. 너무도 강렬하여 무뎌지고 아니 오히려 중독되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는 세상의 유혹에 괴로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건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 모두는 정신 증을 앓고 있는 듯도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유혹에 괴로워하고 비명을 지르는 우리의 행위가 방음벽에 갇혀 외치는 초라한 아이의 작은 몸짓으로 남게 됩니다.

 

이럴 때 세상의 압력과 비난만이 아닌 내면에도 소리가 있음을 알고 기다려야겠습니다. 밤새도록 타고 남은 재속의 작은 불씨를 찾는 아름다운 기다림만이 진실을 듣게 해 줍니다.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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