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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02-28 오후 1:45:00

경산농부의 마음
오랜 속앓이와 여러 생각들로 행복하지 않아. 마음을 비우고 생각도 다 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봄 농사 준비나 하게

기사입력 2017-01-30 오후 2:22:35

광화문 촛불만 민심 아니오.

서울서 천릿길 경산 팔순 농부의 마음은 대통령이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

연민, 예의, 용서 없는 횃불은 참된 민주주의라 할 수 없어

겨울 나목처럼 나부터 성찰해야...”

 

지난해 연말 어느 팔순 경산농부가 한 중앙지 칼럼니스트에게 보낸 마음의 일부이다.

 

큰 지지를 보냈던 우리지역의 많은 분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201218대 대통령 당선자가 발표되자, 대구시 중구 삼덕동 15-2번지 박 대통령 생가터는 희망과 믿음의 축제장이 됐다.

 

이후 취임식을 기념해 위 사진과 같은 표지판이 설치됐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마다 기쁨과 기대에 환호했다. 누구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처럼 다시 한 번 경제발전을 이룰 것으로, 누구는 대구 · 경북을 크게 발전시켜줄 것으로, 너는 반칙 없는 나라를 만들 적임자로, 나는 다른 건 다 못해도 반듯한 원칙 하나라도 세워주기를 믿었고 기대했다.

 

시름시름 4년이 흘렀다.

 

취임식을 기념해 설치한 표지판은 지난해 1118일 빨간색 락카로 훼손됐다. 그리고 철거됐다.

 

지난 120일 대구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모임이라고 자칭하는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박 대통령 생가터에 아래 사진과 같은 표지판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훼손된 표지판도 새로 세우겠다는 표지판도 끔찍하다.

 

 

 

 

 

 

 

 

 

 

 

 

 

 

 

 

 

 

 

 

 

단체로 인지부조화의 고통을 겪다

 

텔레비전과 신문들은 하나같이 모두 대통령의 잘못 파헤치기에 올인 이다. ‘아수라장이 이럴까 싶다.

 

수박을 심었는데 왠 호박”, “역사상 유일무이한 가짜대통령”. 입에 담기 민망한 말과 망칙한 그림들이 난무한다.

 

대통령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신문을 읽는 것도, 촛불 행진도, 태극기 행렬도 지긋지긋하다. 한마디로 온 통 짜증이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음에도, 대통령의 잘못 전부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내 잘못인 양 내 탓이오 내 탓이오라고 속앓이 한다.

 

단체로 인지적 부조화의 고통을 겪고 있다.

 

운명 · 자기합리화 · 패러독스

 

모든 생물체는 자기생명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몸이 피곤하면 잠이 오고,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지치면 스스로 기절한다고 한다. 마음도 그런가 보다.

 

못 볼 꼴을 하도 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작금의 사태가 길게 보면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나라를 구할 기절초풍할 사건이 운명처럼 발생했다. 등등 얄궂은 생각이 다 든다.

 

이런 생각이 단지 마음이나 편해지려고 하는 자기합리화일까?

 

이번 사태는 앞으로 몇 차례나 정권이 바뀌어도 잘 드러나지 않을 수많은 민낯과 치부를 한꺼번에 드러냈고 나는 그 비열함을 똑똑히 보았다.

 

대통령의 눈화살이 무서워 말 한마디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하는 이 나라의 국회의원 장관과 고위 공직자를,

부당한 지시를 말없이 따르는 엘리트 관료들의 무능함을,

국정농단행위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사정시스템을,

권력과 재벌의 은밀한 정경유착을,

책임 있는 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쳐 딴살림 차리며 웃는 민낯을,

진정 책임 있는 자들이 하는 코스프레 사죄의 뻔뻔함을,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 듯 포플리즘을 토해내는 또 다른 주자들,

역겹고 어지러운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하는 그들만의 리그,

 

시궁창 바닥이 한꺼번에 수면위로 드러난 것은 천운이라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를 혁신하고 국민의 의식을 선진화할 천재일우의 기회다. 어느 정권에서도 해내지 못한 이 정권의 역사적인 업적이다.

 

지나친 역설인가?

 

시린 마음을 갈무리한다. 돌아올 봄 농사를 위해

 

팔순 경산농부는 세월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어떤 시대고 간에 꼭 있을 만한 사람을 반드시 심어놓고 간다 하더이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먼 훗날 반드시 보일 거라 나는 믿소.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용서를 바라는 애처로운 마음을 갈무리 했다.

 

생각보다는 마음을 따라서 살아야 행복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가는 대상과 내가 일체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속앓이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차분히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애써 마음을 비워보지만 또 다시 생각들이 앞선다.“너와 내가 모인 우리사회의 민낯이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정치인데 뭐 별 수 있어.”

 

나만 잘 되면 뭐 남이야 고통 받든 말든 아무 상관없고 입으로는 원칙을 이야기하며 툭하면 반칙을 하는 내가, 나의 반칙을 수수방관하는 네가 이 사태의 원인인데 뭐 어쩌라고...”

 

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치유의 길이라 생각하지만, 생각들은 다시 나를 우울하게 한다.

 

설이다. 그래 이번 설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행복해지는 이야기만 해야지.

 

설 쉬고 나면 바로 봄이지. 마음을 비우고 생각도 내려놓고 봄 농사 준비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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