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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의 잔인한 봄
황무지를 깨울 ‘TK의 봄비’는 어디에...
기사입력 2020-04-28 오후 5: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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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거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현수막
TK의 봄이 잔인하다.
T.S 엘리엇은 자신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노래했다. 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한 상황을 죽은 땅, 황무지로 비유했다.
4월, 대구·경북인의 마음이 마치 황무지 같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일깨울 ‘TK의 봄비’는 어디에서 내릴까?
TK의 잔인한 봄을 보자.
지난 2월부터 대구·경북은 유독 심하게 창궐한 코로나19로 대구와 경북 일부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본의 아니게 대구·경북은 감염병으로 유명세를 치르며 기피 지역이 됐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자발적 봉쇄’라 할 정도로 철저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등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해냈다.
시·도민들은 근 석 달 동안 스스로를 자가격리하며 근신했다. 어려운 이웃에 마스크를 양보하며 단 한 건의 사재기도 하지 않았다. 의료진들은 헌신적이었고 시·도민들은 놀라운 시민정신을 발휘했다. 유구하게 이어져 오는 위대한 대구·경북의 정신이 되살아났다.
미국 ABC방송 등 세계는 이러한 성숙한 시민정신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코로나19가 뉴노멀이 된 세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도민들도 코로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선진국들을 보면서, 어려운 상황을 우리는 잘 극복해냈다며 자긍심을 가졌고, TK로서 자존심을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가장 빈곤한 건강(Poorest Health)을 공격했고, 공개채용에서조차 TK 출신을 경원시할 정도로 TK는 ‘빈곤한 건강 지역’으로 낙인됐다.
잔인한 4월 한가운데서 TK는 또 참사를 맞았다. 이번에는 예고된 참사였다.

▲ 4.15총선 정당별 의석수 현황(중앙선관위 자료)
코로나 사태 속에서 4.15, 제21대 총선이 치러졌다.
보수의 본산임을 자처하는 TK는 미래통합당에 TK ‘전체 석권’(통합당 복당을 약속한 무소속 1석 포함 25석)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선물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전체의석 300석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차지하여 '슈퍼 여당'이 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통합당은 121석 중 겨우 16석을 차지했다. 과히 4.15 대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TK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통합당은 왜 180 대 103의 참패를 당했을까. TK는 왜 패인 분석은 고사하고 당을 추스를 방법을 놓고도 사분오열, 지리멸렬한 통합당에 계속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까? 연전연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소득이 10년 만에 전국 중위권에서 꼴찌수준으로 전락하고, 다른 지역은 매년 2~3% 경제성장을 하는데 자신들의 지역만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거듭하는데도 불구하고 TK처럼 계속하여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지역이 또 있을까.
아무튼, “민중의 무의식적 선택은 언제나 옳다.”라는 심리학자 정해신의 말처럼 TK의 소신 있는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TK는 3석에 불과했던 집권 여당과의 교두보마저 끊어버리며 다수가 아닌 소수 편에 섰다.
선택은 끝났다. 이제 안으로 굽는 팔을 비틀어 바깥으로 펴는 지난한 일들이 남았다.
무엇으로 팔을 비틀며,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일깨울까? 황무지를 깨울 ‘TK의 봄비’는 어디에서 올까?
TK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4.15 총선 결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반면 미래통합당이 103석에 그친 이유”를 물은 결과, '통합당이 잘못해서'(61%)가 '민주당이 잘해서'(22%)보다 세 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TK의 표심과는 정반대의 차이를 보였다.
또 하나는 TK가 뽑은 대표선수들이 경쟁력을 가지도록 회초리들 들고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TK 정치지형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공약 이행과 활동을 꼼꼼하게 챙기며 가차 없이 책임을 묻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경종을 울릴 선택은 2년마다 돌아온다.
잔인했던 TK의 4월이 가고 있다.
황무지 같은 낭패감을 씻어줄 ‘TK의 봄비’를 고대한다.
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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