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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에 물주기
[은빛수녀의 사색노트]
기사입력 2020-01-24 오전 8:34:55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네트워크, 넘쳐나는 정보와 소리, 자극적인 이미지에 내 몸의 감각이 길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자극에 익숙해져 무뎌진 감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감수성을 키우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하다.
소소하고 밋밋하고 지루하고 심심한 것과 소통하는 연습은 마음의 감수성을 깨워주고 몸의 감각을 제자리로 돌려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려고 몇가지 리스트를 만들어 감수성 깨우기 연습을 하고 있다.
1. 잠깐 멈추기
잠들어 있던 감성을 흔들어 깨우려면 무엇보다 분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멈춰야 한다. 5분이라도 아니 1분이라도 몸을 멈추고,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보자.
2. 감탄하기
정원을 하루에 한두 번씩 두루 다니며 작은 식물 앞에 눈높이를 맞춰 낮은 자세로 바라본다. 태도도 언어이며 마음이라 믿으며. 그리고 감탄한다. “정말 예쁘다!” “와, 좋다.” “어쩜 이리 곱누.” 처음에는 조금 과장되게 느껴지지만 하다 보면 진심어린 감탄으로 변한다.
3. 화초와 대화하기
화초에 그냥 아무 말이라도 좋다. “안녕?” “오늘 날시 좋다.” “너도 나가고 싶어? 그럼 베란다에 내어줄게.” 이렇게 대화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 참 좋다.
4. 공기와 바람의 결 느끼며 걷기
머리가 무거울수록 집에만 있으면 안된다. 밖에 나가 공기와 바람결을 느끼는 게 좋다. 이때 중요한 건 천천히 걷는 거다. 같은 운동장이라도 나무 옆에서 걸을 때와 놀이터에서 걸을 때 불어오는 바람의 결이 다르다. 날씨에 따라 다른 바람의 결을 누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울 때는 나무 옆, 추울 때는 운동장 가로 간다. 주의할 것은, 절대로 빨리 걷지 않는다. 천.천.히.
5. 그림을 바라보며 상상하기
벽에 자연과 관련된 그림을 걸어두면 좋다. 그리고 그림을 바라보며 산속이나 강 저편의 공간을 상상하는 거다. 미시간 대학 심리학과 마크 베르만 교수에 의하면, 자연과의 아주 짧은 교류만으로도 사색에 진전을 보이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 그 공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림을 보고만 있어도 효과가 있다. 뇌는 상상만 해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6.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등산하기
낮은 산이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등산을 하면 좋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시를 기억하면서 오를 때 “그 꽃”을 보자. 힘들 때 보는 그 꽃은 숨을 고르게 해줘 몸이 정화되고 마음을 맑게 해준다.
편집/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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