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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10-29 오후 4:15:00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웰다잉 계획
[칼럼] 고수현 /금강대학교 대학원장

기사입력 2020-04-29 오후 1:35:01





질병의 인류역사에서 대표적인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 유행)14~15세기경 중세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흑사병(Black Death)이다. ·현대에 와서는 스페인독감(Spanish influenza)을 들 수 있는데, 1차 세계대전 시기였던 1918년 즈음에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1차 대전 사망자수의 5배인 5,0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팬데믹이 있다. 이 때 일제강점기의 한국에서도 14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조선총독부 자료에 기록이 되어 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창립·발족된 1948년 이후의 팬데믹으로는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한 홍콩독감(Hong Kong flu)으로 80만 명이 사망하고,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Novel swine-origin influenza A(H1N1)>20만 명이 사망하였다. 아울러 2020311일 중국 우한(武漢, Wu-han)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3번째의 팬데믹으로 이어져 20204월 말 기준으로 감염자 320만 명, 사망자 22만 명을 돌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막연히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죽음이라는 방관자적 입장이 아니라, 평소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죽음의 공포에 마주서게 하고,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인간 한계의 부조리(不條理)’를 직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자인 프랑스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이러한 인간 한계의 부조리에 대한 반항(反抗)’의 사상을 그의 작품 페스트(La Peste, 흑사병)(1947)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페스트의 만연으로 외부세계와 차단된 프랑스령 알제리 북부해안의 오랑(Oran)시의 처절한 상황과 죽음의 공포와 이별의 아픔 등 극한의 부조리상황 속에서의 패배할 수밖에 없는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신종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바이러스로 인해 겪게 되는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대하여 카뮈가 남긴 질문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그가 설정했던 다양한 군상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겹쳐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리고 죽음의 단계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죽음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부조리는 상당수의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부조리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거나 회피하고 자신만큼은 죽음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인간 군상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 역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만 치중하고 죽음의 단계는 인간복지 문제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부조리한 억압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은 카뮈가 말한 부조리에 대한 반항의 정신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따라서 인문사회학자로서 필자는 죽음의 존엄성 유지 문제에 대하여 부조리와 그에 대한 반항정신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를 제안한다. 다시 말하면 차제에 우리 사회가 인간존엄사(Death with dignity), 즉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흔히 웰다잉법이라고도 불리는 현행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은 존엄한 인간의 죽음을 처우하는 존엄사의 법률이 아니라 의료적인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에 관련된 법률과 다름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즈음하여 동물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도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사회는 전통사회나 가족중심의 관혼상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정작 인간자신의 죽음문제에서는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부양이나 효도문화가 이미 무너진 가족체계의 모습이 보편화되고 있고 비혼(非婚)으로 인한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오늘날 한국인들이 마주해야 하는 죽음문제의 부조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필자는 팬데믹 등과 같은 재앙으로 발생한 죽음의 부조리상태가 아니더라도 국민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존엄함을 누릴 수 있도록 웰다잉을 계획할 수 있는 법제나 정책이 사회복지적인 차원에서 구축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 중의 하나는 선진국과 같이 생전장묘계약(Pre-need funeral plan) 제도 등을 도입하는 웰다잉 법률을 제정하고 웰다잉(존엄사)의 절차를 개인들이 생전에 계획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보장하는 것이 방안이 된다. 가족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인간 군상들이 그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보다도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21세기 최대의 부조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카뮈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상황에서 한국인들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반항은 죽음의 문제에서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웰다잉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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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준호
    2020-05-01 삭제

    인간의 삶에 어차피 질병과 노화는 피해갈수 없는것 이라면 우리 같은 60대는즐겁게 사는것 Well being 아름답게 늙기Well aging 품위있게 죽는것 Well dying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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