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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육아기]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2
기사입력 2006-12-27 오전 10:59:48
아이, 그 존재의 주소
어린 조카들의 성탄 선물을 사기 위해서 백화점에 들렀더니, 한 아이가 부모에게 성질을 앙칼지게 부리면서 걸어가고, 부부 두 사람은 그 아이한테 쩔쩔 매면서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연인즉, 금전적인 문제로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지 못해서 부모가 아이한테 미안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래 전, 저의 친정어머니께서 임종하시기 며칠 전에 저의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가슴에 안고 있었던 몇 가지의 응어리가 눈 녹듯이 사라지면서, 정말로 어머니께서 저에게 미안한 처신을 하셨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자식을 키우면서 저 또한 자식한테 미안한 일이 여간 많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 어느 부모인들 자식에게 미안하지 않은 부모가 없고, 자식 또한 부모에게 좌송스럽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식’은 사랑하는 한 부부에게 신과 우주만물이 주는 이 세상 최고의 ‘귀한 선물’인 것입니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서로 한 몸 되어 한 아기가 탄생한다지만, 부모도 자녀에 대한 선택권이 없으며, 자녀 또한 부모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신비로운 창조와 오묘한 인연’ 그 자체로 아기는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도 질긴 인간관계가 맺어지면서 자나 깨나 생각나고,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부모자식 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되지요.
보통, 부모들은 한 자식을 잉태할 즈음에 자신들의 간절한 소망을 실어보더군요. 자식은 무릇 ‘한 부부의 사랑에 대한 징표이자 분신과도 같은 존재’ 이므로 부모로서는 최상의 자식상을 추구하겠지요. 천재는 아니더라도 영재이면 좋겠고, 이 세상에서 우뚝 솟아나도록 영예와 부와 권세를 떨치면 좋겠고, 물론 건강하고 행복하고 심신의 평안을 평생 누리면서 살 수 있는 자녀가 태어나기를 원할 겁니다.
그런데, 갖은 입덧에 시달리면서 이토록 귀하게 낳은 자식이건만, 온갖 희생을 마다않고 혼신을 다하여 키웠건만, 자식들은 점점 커가면서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어서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대화에 애로가 생기기 시작하여, 부모로서는 자식을 실컷 키워 놓았는 데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거나,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흔히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아이는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로 태어나서 스스로의 생각과 표현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이 세상에 왜 나왔는지 그 이유조차 모른 채 태어나서, 아직은 미약하여 부모의 손길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맡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전혀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이끌어가면 자녀는 자기주장이 약해서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불평이 많거나 비관적인 아이로 자라게 될 겁니다. 자녀의 생각을 성심껏 존중해주고 자녀가 마음껏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무조건 아이의 의견대로 따라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의 의견을 다 들어주게 되면 그 아이는 세상을 너무 쉽게 살려고 할 것입니다. 사회에 나가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엄청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나중에는 사회 부적응자가 될 것입니다. 충분한 대화로 인하여 서로의 의견을 절충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 평소에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의견이 타당하다싶을 때 의연히 양보하기 마련입니다.
혹시나 ‘어른은 강자, 자녀는 약자’라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조속히 떨쳐버리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비록 신체적으로는 힘이 약하나마, 오히려 어른보다 가능성이 더욱 무한한 작은 거인입니다. 그 가능성의 싹을 소중히 여기면서 귀중하게 키우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는 비록 한 부부의 신체성과 문화성을 이어받아서 어머니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아이는 이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이미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서 오로지 자신만의 위대한 세계를 펼쳐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아이존중감과 진정한 사랑과 부드러운 대화법에 달려있다는 것이지요. 이 세상 최고의 존재인 여러분의 아이가 밝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에 대한 굳건한 믿음 가운데 꾸준히 지켜보면서 아이의 따뜻한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시길 바랍니다. ▣

김정화 교수
계명대학교 대학원, 음악교육 전공
대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유아교육 전공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한국유아교육학회 대구 경북지부 운영위원
대구생태유아협의회 회장
한국유아교육 · 보육학회 이사
저서
유아전래동요지도, 양서원 : 서울, 2001.
피아노반주의 이론과 실제, 형설출판사 : 서울, 2002.
유아음악놀이지도의 이론과 실제, 학문사 : 서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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